살사 칼럼

온1, 온2 문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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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08년도 주말 새벽 마콘도에 무슨일이 있었나...

그때 즈음 다니게 된 마콘도는 별천지였지요. 뿌연 안개 속 비좁은 공간에서 미친듯이 춤추고 있는 사람들. 얼마나 좁은지 플로어에선 커플에게 A4 용지 2장을 붙여놓은 정도의 공간밖에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커플들과 비비고 부딛히며 추는게 당연했습니다. 자연스레 넓은 살사바에서 춰왔던 강한텐션에 동선이 큰 온1은 꿈도 못 꿉니다. 그럼에도 온1을 췄습니다. 텐션을 죽이고, 동선을 최소화 해서.. 누군가에 배운게 아니라, 춤추기 위해서 스스로 깨우친 것입이다. 마콘도를 2년 정도 주말마다 꾸준히 다녀보니, 자연스레 약한 텐션에, 작은 동선이 몸에 익게 되더군요. 다른 넓은 살사바에 가서도 스텝은 온1인데, 전혀 온1 같지않은(?) 춤을 추게 됩니다. 가끔씩 파트너가 말 합니다. '춤 춰보면 온2 같다고.' 그 땐 그 말이 무슨 의미인줄 몰랐었는데..

 

아직도 많은 살사춤꾼들이 온2와 온1의 구분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1과 온2는 단지 스텝의 위치가 다를 뿐 이고, 그에 따라 신호를 주는 타이밍과 패턴을 하는 타이밍이 다르게 나타날 뿐입니다. 온1, 온2의 구별과는 별개로 동작의 크기, 동선의 크기, 텐션을 강약 등의 차이에 따라 LA스타일이나, NY스타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찾아보면 그 외에도 죽어라 턴 스타일, 에어로빅 스타일, 팝핀 스타일, 애로 스타일, 살세라 들어 스타일, 펭귄스타일(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고 추는 살사 스타일.) 등 수많은 스타일이 생겼다 사라짐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스타일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흔히 LA스타일은 온1, NY스타일은 온2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손나리님이 글(비록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로 정리해 주셨고, 혼동을 일으킨 제공자인 것에 대해 사과까지 하였음에도, 이런 인식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이런 인식이 이 쓸모없는 논쟁의 씨앗인데..

 

지난 10여년이란 기간의 우리나라 살사판에 나타난 수 많은 살사춤꾼들이 모두 같은 춤 실력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스텝만 밟고 홀딩을 포기한 사람, 도저히 리듬감이 안 생겨  포기한 사람, 적당한 선에서 실력향상이 멈춘 사람, 다른 춤으로 빠져든 사람, 계속 더 높은 단계를 향해 끊임없이 단련하는 사람, 드물지만 춤 실력의 끝을 본 사람 등 다양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춤을 춰왔을 것입니다. 비록 각자 서로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파트너를 배려하려는 따뜻함을 지키며 즐겁게 살사를 춰왔습니다. 그런데 평화는 영원할 수 없는 것인가요?.

 

예전에 조지훈 시인의 "주도 9단" 이란 술꾼의 단계를 나타내는 글을 보고, 고민한 끝에 "살세로 9단"이란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무명인이 쓴 허접한 견해이나 재미로 읽어 보시라고 한 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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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를 구성하는 요소.. 스텝, 무브먼트, 샤인, 리드&팔로우, 패턴, 파트너쉽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악
9급 - 기본 동작을 배웠으나, 살사 리듬을 모르는 상태, 홀딩공포증에 시달림, 거울 속의 나를 보며 오직 연습
8급 - 기본 패턴을 익히고 루틴을 외움, 지인들을 통해 어렵사리 홀딩을 시작함. 외운 루틴 반복 구사
7급 - 간단하지만 다양한 패턴을 익히고 구사하며, 낯선 살세라에게 춤 신청 시작, 본격적으로 빠에다니기 시작
6급 - 각종 패턴수업에 목마름, 배운 패턴을 마구잡이로 난사함, 힘으로 파트너를 리드 함
5급 - 바차타, 메렝게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짐, 이 단계에서 바차타 쪽으로 빠지기도 함 , 무브먼트 연습 시작함
4급 - 텐션에 대한 감이 생겨 리드가 한결 편해짐, 고급 패턴 등에 관심을 가짐,  패턴 실수에 인색함
3급 - 무브먼트가 조금씩 형태를 드러냄, 스텝이 한결 가벼워지며, 간간히 샤인동작을 모방하기도 함
2급 - 살사 리듬을 타게 되면서 패턴난무살사에서 벗어나려 함, 샤인타임이 길어지고 무브먼트도 점점 부드러워짐
1급 - 리드가 부드러워지고, 나에게 맞는 편안한 파트너를 찾고, 나에게 맞는 음악을 찾게 됨

1단 - 춤을 본격적으로 탐구함,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과정 시작, 살사가 아닌 다양한 춤을 보고 새로운 것을 찾음.
2단 - 음악의 이해가 중요함을 인식하게 됨,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듣고 표현력을 향상함, 선호하는 음악의 폭을 깨려함
3단 - 리드가 상당히 능숙해짐, 억지패턴을 하지 않고, 파트너의 팔로우를 기다리는 여유가 생김. 패턴 실수도 춤..
4단 - 샤인의 맛을 알게 됨, 상대방의 샤인을 당연한듯이 감상하고 감탄, 칭찬까지하는 여유.
5단 - 루틴을 머리속에서 지움, 기본 패턴을 자유자재로 조합하여 물흐르듯 끊임없는 루틴 구사.
6단 - 몸으로 부드러움, 감미로움, 애절함, 즐거움 등의 다양한 느낌을 표현하여 파트너와의 느낌 교감
7단 - 음악의 재창조, 박자를 자유자재로 쪼개고 늘임, 더 이상 리듬 구분이 의미 없어짐
8단 - 음악 장르가 무의미해짐. 음악을 가지고 놀다, 느낌이 충만한 춤을 출 수 있게 됨
9단 - 음악을 몸속으로 함축하는 단계. 가만히 서 있어도 춤이 되는 경지, 더 이상 음악이 필요없는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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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2007년 말 당시만 해도, 전 스스로 살세로 5단 쯤은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습니다.  ㅋㅋㅋ. 착각은 자유니까요...
한창 퍼커션의 맛에 빠져들 때라, 머지않아 7단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었지요.


아무튼 살사에 이와 비슷한 단계가 존재한다면, 누군가는 온1 하나만으로도 9단까지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온2로 시작하더라도 어느 단계를 넘지 못해 머물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온1을 추던 사람들 대부분은 평균 어느 단계였을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온2를 배우기 전과 온2에 능숙해진 지금, 스스로의 춤이 어느 단계에 속한다고 보시는지요? 뭔가 벽을 뚫지 못한 허전함(그럼에도 살사는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에 충분히 매력있는 춤이지요.)을 느껴보았을 것이고, 뚫기 어려움에 그 단계에서 머물게 되거나, 연습만이 길이요를 외치며 끊임없이 단련하거나, 아니면 다른 춤을 배우거나 등등 여러 시도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온2가 소개되고, 하나 둘 씩 온2를 배우기 시작하셨지요. 정확히 무엇인지는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온1만 출 때 어느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던 살사춤꾼들이, 온2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춤의 단계를 끌어올리는 열쇠를 발견하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튼 극복의 열쇠를 찾게 되고 연습까지 곁들이니, 좀 더 높은 단계의 춤으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와우 이런 판타스틱..", "살사에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지금까지 춰온 온1은 너무 평범해."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게 당연할 만도 합니다. 온1에서는 못 느끼던 걸, 온2를 춘 다음에야 알게 되었으니.. 하지만 이것은 온2를 춰서 그런게 아니라, 자신의 춤 실력이 올라가서 점점 향상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인데, 오히려 반대로 생각합니다. 이제 스스로의 춤 실력이 올라서 온1을 춘다하여도, 당연히 이전과는 다른 온1을 출 수 있을 것인데, 변화의 스트레스가 너무 큰 탓인지, 아니면 온2 추는 사람이 발에 채여서인지, 굳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온1에서 온2로 바꾸는 노력의 10% 정도만 투자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한 동안 넘기 어려웠던 춤의 벽을 넘고 실력을 향상시킨 살사춤꾼들이 점점 많아지다보니, 파트너에게 요구하는 수준도 점점 높아져만 갑니다. 춤을 신청하는 살세로 입장에서 보면 더욱 힘든 세상이지요. 자신의 춤 실력에 상관없이 잘 맞춰주는 천사같은 살세라 하고만 살사를 출 것이 아니라면, 결국 춤 실력 향상은 춤을 계속 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변화요. 필연이지요. 살세라들은 온1을 추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어느 단계를 뛰어넘지 못한 파트너랑 추는게 더 이상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각자 찾아야 하겠지요. 온2가 어찌보면 그나마 쉽게(?) 접할 수 방법이 될 수 있겠고, 스윙, 땅고같은 커플댄스를 비롯하여, 발레, 팝핀 등 여러 춤에서 하나를 찾아 배워보는것도 방법이겠지요. 아니면 악기에 미춰보던가... 이도 저도 힘들면, 살세라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지던가. 마음씨 고운 살세라들이 많아지기를 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살세라님들.. 아는 살세로들에게 '온2가 온1보다 더 즐거운 느낌이 들더라.' 이렇게 툭툭 던지는 것 까지는 괜찮으나. 한 번 춰봐라고 권유하지는 마십시오. 어떻게 보면 '온2 한번 춰봐' 란 말은 '당신하고 춤 추는거 재미없어, 연습 좀 해'란 말과 다를게 없습니다. 사실 온2가 더 좋은거 같아 라는 막연한 말에도 대부분의 남자들은 미쳐버릴 것입니다. 차라리 좀 더 구체적으로 '힘 좀 빼, 살살 리드해, 리듬 좀 살려, 음악 좀 타' 이렇게 대놓고 말씀하시던가, 'ㅂ씨는 몸 움직임이 예술이더라, ㅈ씨는 너무 부드럽게 추더라' 던가 같이 돌려서 원하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이런 말들이 살세로들에겐 차라리 명확해서 좋습니다..

 

모두의 살사 실력이 높아진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살사판이 예전보다 따뜻함이 사라지는것 같기는 한데, 기우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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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아로나(서울)님의 댓글

저는 살세로라.. 2달. 정도 걸린것같네요. 베이직 익숙해질때까지요ㅎㅎ 긴가요?ㅎ 적당히 하느라 ..ㅎ  , . 온1패턴 그대로 쓰고요~ 베이직만 되면 타이밍과 패턴은 금방 적용되는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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